은퇴한 국가봉사견, 그 다음은? 군견·경찰견·구조견의 은퇴 후 삶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국가봉사견, 이들은 누구일까
군견, 경찰견, 마약탐지견, 인명구조견처럼 국가 기관에 소속돼 사람을 돕는 개를 흔히 '국가봉사견' 또는 '국가봉사동물'이라 부릅니다. 폭발물과 마약을 찾아내고, 실종자를 수색하고, 범인을 검거하는 데 투입되며 수년간 현장에서 활약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언젠가 은퇴가 찾아옵니다. 체력이 떨어지거나 나이가 들면 현역에서 물러나 남은 삶을 보낼 곳을 찾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순탄하지 않습니다.
은퇴견 열 마리 중 일곱은 새 가족을 못 만난다
국가봉사견이 은퇴한다고 해서 곧바로 편안한 노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은퇴한 국가봉사견 상당수가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되지 못한 채 남겨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령이거나 지병이 있는 경우, 혹은 훈련으로 다져진 강한 성향 탓에 일반 가정에서 돌보기 어렵다는 이유가 큽니다.
문제는 입양이 안 된 이후입니다. 입양 지원금 같은 제도가 있다 해도, 이는 '새 가족을 만난 개'에게만 해당하는 지원일 뿐입니다. 정작 갈 곳을 찾지 못한 은퇴견을 위한 장기 보호 체계는 아직 뚜렷하게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은퇴견 보호 법안들
최근 몇 년 사이 국회에는 국가봉사견의 은퇴 후 관리와 지원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가봉사견의 은퇴 후 비용 지원과 추모 체계, 이를 전담할 지원센터 설립을 담은 개정안
매년 9월 23일을 '봉사동물의 날'로 지정해 이들의 헌신을 기리자는 법안 (소방 구조견 '세중'이가 구조견 인증을 받은 날에서 착안)
지방자치단체에도 은퇴견 복지 책임을 부여하고 지역 단위 지원센터 설치를 명시한 개정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봉사동물의 체계적 관리와 은퇴 후 입양 지원을 약속하는 공약이 나왔고, 정부 역시 은퇴동물 지원센터 설립과 공공동물병원을 활용한 진료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문제는 이런 법안들이 아직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원센터 설치 의무나 원소속 기관의 비용 분담, 입양되지 않은 개체에 대한 장기 보호 의무 같은 핵심 조항은 여전히 확정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습니다.
해외는 어떻게 할까: 싱가포르의 '평생 책임' 모델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로 싱가포르가 자주 언급됩니다. 싱가포르 국방부 산하 군견 부대는 은퇴한 군견의 민간 입양을 추진하되, 적합한 가정을 찾지 못한 개는 부대가 남은 생애 동안 계속 책임지고 돌보는 방식을 운영합니다.
보통 만 10세 전후로 현역에서 물러나는 군견들은 입양 기회를 얻지만, 설령 입양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소속 부대의 수의사가 정기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을 이어가며 노후를 관리합니다. 즉, 입양자에게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보다 '미입양견에 대한 국가의 평생 돌봄'에 무게를 둔 구조인 셈입니다.
이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은퇴견 복지의 핵심은 입양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가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연속성에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 대안: 놀고 있는 군부지를 은퇴견 보호시설로
국내에서도 현실적인 대안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한 동물보호단체는 군부대 이전이나 해체로 비어 있는 부지와 건물을 은퇴견 보호시설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해왔습니다.
실제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더 이상 사용하지 않거나 향후 사용 계획이 없는 군용지는 여의도 면적의 3배가 넘는 규모로 파악됩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경기도와 강원도에 몰려 있습니다.
이 제안의 핵심은 단순 수용이 아니라 '맞춤형 보호'입니다. 유휴 생활관이나 훈련장을 개조해 건강 상태와 성향에 따라 공간을 나누고, 입양이 가능한 개체와 평생 보호가 필요한 개체를 구분해 관리하자는 것입니다. 고령이거나 공격성이 있어 일반 가정 입양이 어려운 개에게 무리하게 입양을 강요하기보다, 전문 인력이 상주하는 시설에서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나아가 이런 시설을 시민과 청년이 산책 봉사나 위생 관리에 직접 참여하며 국가봉사견을 이해하는 공간으로 운영한다면, 어설픈 입양 후 파양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법 안에서도 '동반자'로 인정받기 시작한 봉사동물
의미 있는 변화도 있습니다. 최근 발의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서는 봉사동물과 반려동물을 돌보는 사람을 기존의 '소유자등'이 아닌 '동반자등'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정의했습니다. 국가봉사견을 단순한 국가 소유물이 아니라 함께 임무를 수행한 파트너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이 법 조문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선언적 조항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군견은 국방부, 경찰견은 경찰청, 구조견은 소방청처럼 현역 시절 관리하던 원소속 기관이 은퇴 이후의 관리비와 의료비, 보호비용까지 이어서 책임지는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은퇴견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법과 제도가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 사이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입양 전 충분히 알아보기: 은퇴견은 훈련된 습관과 강한 체력, 특유의 경계심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입양 전 관련 기관이나 협회를 통해 성향과 건강 상태를 충분히 파악하는 것이 파양을 막는 첫걸음입니다.
봉사활동 참여하기: 산책 봉사나 임시보호를 통해 은퇴견의 성격을 미리 경험해보면, 이후 입양 결정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후원과 관심 표현하기: 관련 단체나 지원센터에 대한 후원, 그리고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에 대한 관심도 실질적인 힘이 됩니다.
분양이 아닌 입양으로 접근하기: 은퇴견은 '데려오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동반자'라는 인식이 우선돼야 오래 지속되는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마무리
평생 사람을 위해 일한 국가봉사견에게 은퇴는 임무의 끝일 뿐, 삶의 끝이어서는 안 됩니다. 새 가족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령 입양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국가가 마련한 시설과 의료 체계 안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어야 진짜 의미의 '보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은퇴견을 소유물이 아닌 동반자로 대하려는 움직임이 법과 제도, 그리고 우리의 일상적인 관심 속에서 함께 자리 잡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