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고양이 20마리 방치 사건, 왜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을까 – 동물학대 신고 무용지물 되는 이유
청소도 안 된 컨테이너 안, 고양이 20여 마리
충북 청주의 한 사육 컨테이너. 바닥에는 얼마 만에 치웠는지 짐작조차 어려울 정도로 배설물이 두껍게 쌓여 있습니다. 그 위를 스무 마리가 넘는 고양이들이 밟고, 앉고, 눕습니다.
이곳은 한때 인기 품종묘인 '렉돌'을 전문적으로 분양하던 A씨의 사육장입니다. 즉 이번 사건의 주인공들은 거리에서 태어난 길고양이가 아니라, 번식업자가 직접 소유하고 있던 반려동물입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주인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학대에 가까운 방치가 얼마든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배설물 위에서 살아가는 고양이, 건강엔 어떤 영향이?
동물병원 원장의 소견에 따르면, 고양이는 네 발로 걷고 몸을 그루밍하는 습성 때문에 오염된 환경에 특히 취약합니다. 배설물이 쌓인 바닥을 걸어 다니다 그루밍 과정에서 이를 그대로 섭취하게 되고, 이는 구토·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은 물론 세균성 장염이나 바이러스성 질환 노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방광염, 요도염, 심하면 신장 손상까지 우려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입니다.
즉 단순히 "냄새나고 지저분한" 수준이 아니라, 실제 동물의 생명과 직결되는 위생 문제라는 뜻입니다.
점검하려 해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청주시는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 점검을 시도했지만, 소유주 A씨는 점검에 응하는 대신 차라리 과태료를 물겠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지자체로부터 위촉받아 활동하는 명예동물보호관이 다시 찾아갔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경계만 삼엄해졌을 뿐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습니다.
취재진과 인터뷰한 충북의 한 명예동물보호관은, A씨가 한때 직접 청소하겠다며 내부 공개까지 약속했지만 약속한 날을 며칠 앞두고 다시 연락이 끊겼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A씨는 과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점검을 피하다 위생 문제로 행정처분을 받은 이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즉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청주시는 '특사경' 권한까지 갖고 있었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청주시 공무원은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자격으로 동물학대 사건을 직접 수사할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번 사건에서는 지금까지 별도의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추가 현장 점검조차 시도되지 않았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이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 변호사는 특사경이 마음만 먹으면 학대 행위자에 대한 체포나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 수단까지 동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권한이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니라, '쓰지 않아서' 상황이 방치되고 있는 셈입니다.
동물보호법상 학대 정황이 확인되면 지자체는 해당 동물을 소유주로부터 긴급 격리할 수도 있습니다. 점검, 수사, 격리까지 — 제도적으로는 수단이 다 갖춰져 있는데도, 오늘도 스무 마리 넘는 고양이들은 같은 환경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 사건이 길고양이 보호와 맞닿는 지점
이번 사건의 고양이는 엄밀히 '소유주가 있는 반려동물'이지만, 여기서 드러난 문제는 유기묘·길고양이를 돌보는 분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신고했다고 다 해결되지 않는다: 소유주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점검 자체가 무산될 수 있습니다. 신고 후에도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하면 재신고·언론 제보 등 추가 조치를 고려해야 합니다.
증거 확보가 핵심입니다: 사진·영상 등 학대 정황을 구체적으로 남겨두면 지자체나 경찰이 움직일 근거가 더 명확해집니다.
길고양이 학대·방치 신고 채널: 동물학대가 의심되면 국번 없이 112(경찰) 또는 관할 시·군·구청 동물보호 담당 부서,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통해 신고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 특사경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함께 언급하며 신고하면 담당자의 대응 우선순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명예동물보호관 제도 활용: 각 지자체는 시민 감시망 역할을 하는 명예동물보호관을 운영합니다. 반복적으로 방치가 의심되는 현장이 있다면 이 제도를 통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이번 청주 사건은 '주인이 있는 동물'조차 위생·건강이 위협받는 환경에서 오래 방치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하물며 보호자가 없는 길고양이의 경우, 학대나 방치 정황을 발견해도 신고와 확인, 후속 조치까지 시민의 관심과 끈기가 훨씬 더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는 이미 마련돼 있습니다. 문제는 그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계속 목소리를 내는 일입니다.
이 글은 SBS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반려동물 보호자를 위한 정보 전달 목적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